[영화 후기] 피로 세운 왕좌, 그 거대한 모순의 연쇄에 대하여 - 영화 "왕과 사는 남자"
피로 세운 왕좌, 그 거대한 모순의 연쇄에 대하여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단종을 향한 연민을 넘어, 권력의 '정당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취약한 유리그릇인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1. 찬탈자가 세운 나라에서 '충(忠)'을 논하는 역설
흔히 세조를 찬탈자로, 단종을 정통성 있는 왕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짚어보자. 단종 역시 고려를 무너뜨리고 왕위를 찬탈한 이성계의 증손자이다. 조선이라는 국가 자체가 고려 왕조에 대한 '배신'과 '혁명'이라는 칼날 위에 세워진 나라라고 한다면, 세조의 찬탈은 새로운 죄악이 아니라 조부로부터 내려온 피의 내림일지도 모른다. 결국 누가 누구에게 '불의'라 손가락질할 수 있는가?
2. 정치가 면죄부가 될 수 없는 이유
세조가 정치를 잘해서 나라를 안정시키면 그 찬탈의 죄가 씻기는가? 업적이라는 결과론적 해석으로 과정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는 권력자의 오만일 뿐이다. '정치를 잘하면 된다'는 논리는 결국 힘 있는 자가 승리하면 모든 것이 정의가 된다는 약육강식의 논리와 다를 바 없다. 단종을 향한 충절이 비극적인 이유는, 그것이 승자의 논리에 편승하지 않고 '무너진 정당성'에 몸을 던진 처절한 저항이기 때문이다.
3. 대를 이어 세습되는 권력의 기만
왕위를 찬탈한 새로운 왕의 후임에게는 문제가 사라지는가? 그렇지 않다. 찬탈의 피는 세대를 거듭하며 '정통성'이라는 이름으로 박제되지만, 그 뿌리에는 여전히 찬탈의 역사가 흐른다. 단종의 죽음은 단순히 한 소년 왕의 비극이 아니라, 조선이라는 나라가 근본적으로 안고 있던 '정당성 부재'라는 모순이 터져 나온 상징적 사건이 아닐까?
정치적 관점의 반론
왕조가 이미 타락하고 천명을 잃었다면 새로운 왕조 수립은 가능하다
그러나 같은 왕조 내부에서 임금을 몰아내는 것은 불충
영화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본 점
혁명으로 세워진 권력은 이후 쿠데타를 비판할 수 있는가? 정치적 성과가 도덕적 결함을 덮을 수 있는가? 세습 권력은 본질적으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가?
한마디는 해야겠어요 : CG로 연출한 호랑이 장면은 좀 심하더군요. 웃자고 만든 건지 원.